2007년 10월 22일
핑퐁, 철콘 근크리트.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 중 핑퐁과 철콘 근그리트를 보았다. 철콘 근그리트는 마치 '택시 드리벌'의 작명 센스와도 유사하게 어린 아이들이 철근 콘크리트의 발음을 잘못하는 것에 착안하여 지어진 이름이다(일본어로는 텟킨 콘크리토를 텟콘 킨크리토로 바꾼 것이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만화는 만화가들의 만화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별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의 만화는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특히 나처럼 스토리 중심으로 만화를 읽어나가는 독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의 만화는 꽤 역동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만화에서 사실 스토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각 장면에서의 인물의 심리 상태와 그 표현법에 더욱 주목을 하며 보아야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 핑퐁의 경우 어떤 한 측면만을 놓고 이야기하면 열혈 스포츠물로 분류할 수도 있겠으나 아다치 미쯔루(H2)나 이노우에 다케히코(슬램덩크)의 작품처럼 세련된 맛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위 작가들의 작품은 그들이 보여주는 그림과 대사만을 따라가면 독자가 쉽게 이해하며 작품에 빠져들 수 있도록 매우 친절하다. 그러나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은 그 작화만 따라가다 보면 어딘지 거칠고 불친절한 장면 장면의 연결에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는 우리가(내가) 현대적 일본 작가들의 만화와 그 영향을 받은 한국 만화가들의 작품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는 결과일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도 야자와 아이라던지 우라사와 나오키라던지 하는 작가들처럼 세련되고 보기 좋은 그림을 그려 내는 만화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작년부터 내가 자주 들리는 이글루스의 한 블로그가 있는데, 그곳의 주인장은 일본의 옛 만화작품들(60년대 70년대)을 변역해서 제공하고 있다. 그 작품들은 깔끔하고 정교한 그림체로 어떠한 스토리를 전달하는데에 치중하기 보다는 실험적인 컷 구성, 풍부한 감정을 담고 있는 그림체, 간결하고 미학적인 표현방식들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만화는 제9의 예술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작품들이랄까. 어렵고 난해하고 무언가 있는 것처럼 보여야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들의 표현 방식은 정말로 미학적이다. 함축적이고.
여튼 위 두 작품은 한 번 읽기를 끝냈지만 다음에 다시 찬찬히 각 장면에 그려져 있는 사물들과 인물들을 곰곰히 뜯어보며 제대로 된 감상의 시간을 가져도 좋을 작품들이다. 아무래도 첫 번째 읽을 때는 내 습관을 버리지 못해 스토리를 따라가며 읽었지만 두 번째 읽을 때는 좀 다르지 않겠나. 다만 새 만화책을 읽을 때는 병적으로 깨끗하게 보존하며 읽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라 그림을 충분히 감상할 만큼 책을 펼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2개의 작품이 남았다는 사실이 기분좋구나.
# by | 2007/10/22 09:51 | 흥미에 따른 책, 공연, 영화 | 트랙백 | 덧글(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